대산대학문학상

사업결과

2019년
수상작
수상작
부문 성명 학교 및 학년 작품명
이규민 서울예대 문예창작 2 「축구를 사랑해서」 외 4편
소설 남의현 서울예대 문예창작 3 「오래된 청소년 길미와 선생님들」
희곡 이재빈 서울대 경제학부 4 「주리」
평론 박하빈 서울예대 문예창작 4 「이제는 남겨진 당신의 얼굴을 마주할 때」
동화 김소휘 서울예대 문예창작 3 「최장순 할머니 찾아요!」 외 1편
심사위원
- 시(시조) : 강성은, 박소란, 유희경
- 소설 : 전경린, 정한아, 천운영
- 희곡 : 성기웅, 윤미현
- 평론 : 백지연, 한기욱
- 동화 : 김해등, 이은용
심사평

‘공모’에 참여하는 우리가 심사(深思)해야 할 바는, 이 행위의 본질이 ‘누군가 선택되고 누군가는 배제된다’가 아니라 ‘고심할 기회, 고심하고 드러낼 기회, 드러난 것을 접할 기회’를 얻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고심하고 고심하여 마침내 드러난 작품들을 읽을 수 있어 기뻤다.

시마다 깃들어 있는 반짝이는 사유, 가득한 에너지를 느껴가며 한편 괴로웠다. 그중 한 사람을 찾아내야 함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대산대학문학상’은 투고작의 수도 많고, 작품마다 기량이 고르며 그 수준도 높아서 심사하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 명성에 걸맞게 한 번 살피는 것으로는 결정하기 어려워 재차 살피고 또 살피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1천7백여 편 작품 모두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기성의 것을 따르는 문법, 낯선 소재에 의탁해 새로움을 얻으려는 피상적 시도, 일반적인 상황을 극적으로 가공하려는 작위적인 구성 등은 매해 지적되어온 부분이다. 올해 역시 이를 피하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 특별히 외래어 사용에 대해 언급을 하고 싶다. 익숙하지 않음과 새로움은 별개다. 하물며 너무 많은 이들이 외래어를 이용해 낯섦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해볼 거리이다.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필연적인 순간, 신중하게 접근해 사용할 때에야 그 의도는 성공하게 될 것이다.

전체 투고작을 살피고 심사자들 각자 세 편의 작품을 선택해 아홉 편을 두고 토론했다. 1차 독서를 통해 네 편의 작품을 배제했고 ‘「홈 비디오」 외 4편’, ‘「탈출묘기」 외 4편’, ‘「최초의 충돌」 외 4편’, ‘「중학교」 외 4편’, ‘「축구를 사랑해서」 외 4편’ 등 총 다섯 명의 작품 스물다섯 편의 시가 최종 대상이 되었다. ‘「홈 비디오」 외’는 언어 구사 능력이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 언어를 능숙하게 구조화해낸다. 시마다 반복되는 이미지와 단어는 아쉬운 점이다. 때로 정확하지 않은 문법들도 눈에 띈다. ‘「탈출묘기」 외’는 풍유적(諷諭的) 이야기들과 그 서사를 떠받치는 감각적 문장들로 읽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쉽게 뻔해질 수 있다는 풍유법의 약점을 온전히 극복해내지 못했다. 간파당하지 않을 만큼 비틀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지금의 완성도를 갖출 수 있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최초의 충돌」 외‘는 시인의 실력을 느낄 수 있는 시들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있게 써내려가는 능력이 발군이다. 그러나, 잘 쓴 시가 곧 좋은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 매력적인 시를 얻기 위해서는 ‘나’의 고유성을 담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려는 기대이기도 하지 않은가. 기대하고 있겠다.

고른 기량과 고유의 전개 방식을 가진 시는 ‘「중학교」 외’의 시들이었다. 차분하다. 불쑥 치고 들어오는 위트가 불편하지 않다. 특별한 문장 없이도 어느 순간 독자를 멈추게 만드는 호흡 역시 각별하다. 사유를 풀어놓는 정도도 적당해 따라가고 싶어진다는 점도 좋았다. 그럼에도 선뜻 당선작으로 고를 수 없었다.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들이 가진 가능성이 컸기에 더 멀리 볼 수 있게 해주길 바랐다. 지금이 아니어도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다.

  숙고 끝에 당선작으로 선정한 작품은 ‘「축구를 사랑해서」 외 4편’이다. ‘「축구를 사랑해서」 외 4편’의 시는 읽는 이를 시 속으로 잡아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자욱한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시 속 일원이 되어 낯선 거실 소파에 앉아 축구를 보거나 이국적인 이발소 대기석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처럼, 시가 다루는 시-공간은 일상 속 익숙한 것들이지만, 시 속에서 그것들은 어느새 생경해지고 특정할 수 없는 긴장에 사로잡혀 다음, 그다음을 따라가게 되고 만다. 우리는 이것이 시인이 가진 힘이자 무기이고, 근사한 시적 의도라고 생각했다. 간결한 문장으로 풀어가는 흥미로운 이야기, 일순 날카로워지는 시선 모두 좋지만, 이 시인의 탁월한 지점은 바로 여기, 감동이 아닌 감동이며, 새로움이 아닌 새로움이고 익숙함에서 끄집어낸 다름에 있다. 더러 긴장감이 풀어지는 시도 있지만, 그것마저 끌어안아 잘 마무리하는 실력이 발군이다. 이처럼 시어를 조탁해, 자신만의 색을 입히고 건넬 줄 아는 이에게 너머를 부탁하여 맡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부디 균형을 잃지 않고 바깥에 휘둘리지 않는 의지를 길러가면 좋겠다. 응원한다.

‘대산대학문학상’이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인생의 한 지점을 결정하게 되는 필생의 기회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꺼이 축하를 전하고 또 마음 다해 서로를 격려하는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주지하지만, 투고한, 접수한, 이를 두고 읽은 우리는 이를 기회 삼아 가능성을 발아해보았고, 발화했으며, 기꺼이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또 있겠는가. 당선자를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 축하와 격려를 전한다. 언제 어디서든 기꺼이 만나 인사 나눌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