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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및 심사평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6.11.01|조회 : 7157

올 해 한국문학의 결실을 수확하는
'제24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이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수상작들에 많은 축하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제24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 시 부문 :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장욱 作

 - 소설 부문 : 『유령의 시간』 김이정 作

 - 평론 부문 :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빛』 정홍수 作

 - 번역 부문 : 스페인어역 『La panadería encantada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作)

                정민정 • 이르마 시안자 힐 자녜스(IRMA ZYANYA GIL YAÑEZ) 西譯


<심사평>
 
시부문 본심에 올라온 9권의 시집은 현재 한국시의 성취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선정된 후보작들에 대한 전반적인 독후감을 공유한 뒤에 첫 번째 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김민정의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문학동네), 이장욱의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문학과지성사), 장철문 『비유의 바깥』 (문학동네) , 조용미의 『나의 다른 이름』 (민음사) 시집이 다수의 추천을 받았다. 이 네 권의 시집은 시적인 완성도와 창조성의 수준에서 상대적으로 훌륭하다고 심사위원들은 평가했다.

2차 심사에는 이 4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장철문 조용미 시집이 가진 서정적 깊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철문의 시집은 서정시의 감수성과 세계관 안에서 시적인 번뜩임과 감동을 보여주었으며, 그 이전의 시집에 비해서도 진전된 성취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조용미의 시집은 미학적인 것에 대한 특유의 진지함이 한결같은 시적 태도 속에서 계속적으로 견지 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었다. 김민정의 시집은 시에 대한 엄숙주의와 폐쇄성을 뒤집는 거침없는 언술과 언어적인 놀이가 여성 언어의 새로운 해방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장욱의 시집은 의미와 언술의 확정성을 뒤집는 고도의 절제된 실험과 예측불가능한 문장의 이행을 실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투표를 통해 남게 된 김민정과 이장욱의 시집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다시 진행되었다. 기존의 서정시의 기율과 문법에 깊이와 밀도를 부여한 작업도 중요하지만, 한국시의 미학적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노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최종적인 수상작으로 이장욱의 시집을 결정하게 된 것은, 이 시집이 보여주는 내밀한 아이러니와 중성적인 시 쓰기의 비결정적인 지대가, 시의 의미를 독자에게 돌려주면서 한국시를 미지의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승희 신대철 이광호 최동호 최승호

 소설

본심에 오른 7편 작품을 가로지르는 공통점이 있다면 ‘폭력’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사회구조적 폭력으로부터 인권을 지키기 위해 달리는 인물, 이유도 개연성도 없는 우연한 폭력을 수평으로 나열해 보이는 서사, 학교폭력을 둘러싸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꼬리를 무는 폭력의 부메랑, 치밀하고 섬세한 폭력 앞에서 손발이 묶인 채 무위의 생존투쟁을 벌이는 인물 등등. 폭력 그 자체를 다룬 작품뿐 아니라 역사적 폭력을 경험한 개인이 파편화된 삶을 끌어모아 생을 복원해가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중 네 편으로 줄여진 작품은 편혜영의 『홀』, 윤대녕의 『피에로들의 집』, 조해진의 『여름을 지나가다』, 김이정의 『유령의 시간』이었다. 네 편과 나머지를 가르는 기준에는 야만과 폭력을 대하는 작가의 관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네 편을 대상으로 하는 두 번째 논의에서는 더욱 깊고 다각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작품 자체로는 손색이 없지만 그 작가에 대한 기대치에는 미흡하게 느껴진다는 절대 평가적 독법도 있었다. 숙달된 이야기꾼의 솜씨를 정치하게 보여주지만 어쩐지 서사의 부피가 아쉽게 느껴진다는 소회도 있었다. 한 땀 한 땀 공들여 빚은 작가 정신이 빛나지만 장편소설을 짓는 데 걸맞은 바느질법인가 하는 독법도 있었다. 실체가 느껴지는 경험을 토대로 의미 있는 주제를 표현하지만 분위기가 고답적이라는 독후감도 있었다. 다양한 의견을 나눈 뒤 두 편으로 줄이는 투표가 있었다. 조해진의 『여름을 지나가다』와 김이정의 『유령의 시간』이 선정된 데는 작품 속에 구현된 작가의 진정성, 온힘을 다해 표현하는 삶의 곡진함이 변별점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두 작품을 두고 다시 논의가 이어졌다. 두 작품의 화자는 모호한 현실을 더듬거리며, 흐릿한 과거를 추적하며 자기 자신을 찾으려 애쓴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타인의 공간에 스며들어 남의 옷을 입어보듯 타인의 정체성을 잠깐씩 빌려보는 인물은 현대적 자기소외를 선연하게 표현한다. 부모를 통해 만들어 가져야 하는 자기 개념을 정립하지 못한 다른 인물은 아버지의 삶을 복원함으로써 자기자신을 회복하고자 한다. 한 사람은 선의나 선행이 자신을 구축하는 토대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다른 사람은 실체적 진실 회복에 그것을 기대한다. 다시 투표를 통해 결정된 당선작은 김이정의 『유령의 시간』이었다. 우리 현대사가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면서 진실, 진정성 따위를 등 뒤에 흘릴 때 그것을 조용히 수습하는 문학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 상찬되었다.


                                                                                                                        구효서 김형경 임철우 장영우 최원식

 평론


1차 심사에서는 2014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발간된 평론집들을 대상으로 총 5인의 심사위원들이 집중적으로 논의할 작품들을 복수 추천하였고, 그 중 다수표를 얻은 총 8권의 평론집이 후보작으로 결정되었다. 2차 심사에서는 8권을 대상으로 각 평론집이 지닌 장점과 단점을 심도 있게 논의한 후 종합 평가를 통해 정홍수의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빛』, 조강석의 『이미지 모티폴로지』, 서영인의 『문학의 불안』등 3권의 평론집으로 심층 논의의 범위를 좁혔다. 각 평론집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동시대 문학에 대한 문제제기 능력이나 평론 텍스트에 대한 분석력과 설득력을 추천 기준으로 삼았다. 3차 심사에서는 2차 심사 통과작인 3권에 대한 최종적인 논의를 진행한 후 단수 추천을 통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정홍수의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빛』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최종 후보에 올랐던 조강석의 『이미지 모토폴로지』는 전체적인 체계의 통일성이나 문학 이론 및 중심 개념에 대한 천착 등에서 뚝심과 패기가 돋보이는 경우이다. 작품 분석의 치밀성과도 조화로운 합을 이루어 균질적이고 완성도 높은 평론집의 체계를 확보한 점도 인상적이다. 다만 작품보다 이론이 더 앞서는 연역적 접근으로 인해 밀도 높은 문장이나 치밀한 작품 분석을 오히려 방해하는 단점을 보였다. 서영인의 『문학의 불안』도 재현 혹은 리얼리티의 입장에서 현재의 문학이 처한 균열 지점을 ‘불안’의 개념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현장 감각을 잘 살리고 있으나, 평이한 해설에 그친 작품론 중심이라거나 일정한 방향성을 담보하지 못한 평론집의 체계가 아쉬웠다.
수상작으로 결정된 정홍수의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빛』은 그 무엇보다도 문학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포기하지 않기에 긍정적이고도 책임감 있는 평론집이라는 강점이 인정된다.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듯이 보이는 문학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따뜻한 ‘푸른빛’을 찾아내는 애정과 감식안이 그 자체로 정점에 달한 평론의 정치 혹은 윤리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보다 포괄적인 시각에서 주제론적이거나 비평적인 시각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글들이 다소 부족한 듯하지만, 구체적인 삶의 지문(指紋)을 과하지 않은 미문(美文)에 담아냄으로써 그 자체로 문학의 지혜를 체험하게 한다. 잘 읽히면서도 깊이가 있고, 아련하면서도 힘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분법적이지 않으면서도 논지가 분명하다. 쉬이 이룰 수 없는 평론의 내공을 영화평이나 시평(時評)까지 아우르며 자유자재로 발휘한다. 이런 수상작으로서의 미덕으로 인해 평론 읽기의 즐거움을 오랜 만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미현 염무웅 이숭원 홍정선 황현산
 
 번역


 금년도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스페인어)에 심사 대상으로 추천된 작품들은 지난 4년간 국외에서 출간된 22편의 작품들(시 9편, 소설 12편, 고전 1편)이었다. 1차 심사에서 고려했던 기준은 원작의 작품성(아울러 한국문학을 대표할만한 성과물인지의 여부), 번역의 질, 출판사의 지명도, 그리고 공역자의 수준 등이었다. 이런 기준에 맞추어 최낙원이 번역한 『객지』(황석영 작), 전경아의 『나는 문이다』(문정희 작), 정민정 ․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의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작), 이혜경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 작), 윤선미의 『귀뚜라미가 온다』(백가흠 작), 송병선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흥길 작) 등 총 6편이 선정되었다. 이 선정 과정을 통해서 심사위원들은 스페인어 번역 수준이 한결 높아졌고, 또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 전문번역가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많이 고무되었다.
2차 심사에서 심사자들은 앞에 제시된 기준 외에 번역본이 원작의 특성을 잘 살렸는지, 작가 특유의 문장이 잘 전달됐는지, 한국적인 정서나 문화를 보편사적 시각에서 잘 표현했는지 등을 심사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위저드 베이커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최종 본심에 올려졌다.『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는 번역의 수준은 뛰어나나, 다만 특수한 한국적 상황이나 시대적 배경을 다룬 원작의 내용이 스페인어권 독자들에게 수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사형수의 수기와 화자의 내레이션으로 구성된 두툼한 볼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전체적으로 번역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지만 원작에서 보는 명백히 다른 두 인물의 톤이 번역본에서는 같은 수준에서 밋밋하게 처리된 것이 흠으로 지적되었다.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성장소설인 『위저드 베이커리』는 몇몇 미세한 오류에도 불구하고 역자가 스페인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함축적인 문장들이나 구어체적인 표현들을 잘 소화해냈다는 점이 원작의 보편성과 함께 심사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결국 이 세 편의 작품을 투표에 붙인 결과 정민정․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 번역의 『위저드 베이커리』가 다수표를 받아 제 24회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김우중 김창민 나송주 서성철 클라우디아 마시아스 로드리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