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황석영 2018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8.06.26|조회 : 1086




황석영 2018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

수상작 불역 『해질 무렵』 필립 피키에 출판

“존재와 사물의 섬세한 묘사로 한국적인 영혼을 깊이 이해하게 해”

 

황석영 작가가 장편소설 『해질 무렵 Au soleil couchant』으로 2018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Prix ​​Émile Guimet de littérature asiatique)을 수상했다. 『해질 무렵』은 2016년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의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을 받아 최미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와 장 노엘 주테 번역가가 번역하고, 2017년 프랑스 필립 피키에 출판사(Éditions Philippe Picquier)에서 출간되었다. 최미경·장 노엘 주테 번역팀은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및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하였으며 필립 피키에 출판사는 프랑스의 가장 대표적인 아시아 전문 출판사로 활발하게 한국 문학을 프랑스에 소개하고 있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파리에 위치한 국립동양미술관인 기메 미술관에서 수여하는 상으로 1년간 프랑스어로 출간된 현대 아시아 문학작품 가운데 수상작을 선정한다. 3번의 심사를 거쳐 후보 명단을 발표하며, 올해 후보로는 인도의 미나 칸다사미(Meena Kandasamy), 일본의 나시키 가호(梨木香), 중국의 아이(阿乙), 파키스탄의 오마르 샤히드 하미드(Omar Shahid Hamid), 대만의 우밍이(吳明益그리고 한국의 황석영이 최종후보로 올랐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아시아 문학을 프랑스 내에 더 알리기 위한 취지로 2017년 처음으로 제정되었다. 프랑스에서 운영되는 문학상 가운데 번역된 외국 작품에 수여하는 상은 페미나 상 외에는 찾아볼 수 없으며 대상작가 역시 영어권에 한정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지난 2017년에는 영국계 인도작가 레이나 다스굽타(Rana Dasgupta)가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메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심사평에서 “황석영 작가의 작품이 주는 강력한 환기력, 묘사의 섬세함, 독서로 인해 얻게 되는 부인할 수 없는 풍요로움에 매료되었다. 황석영 작가의 작품이 그리는 세계가 1889년 에밀 기메가 미술관을 개관하였던 의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시대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구축과 파괴, 존재와 사물을 섬세하게 그림으로써 아시아의 변화무쌍한 모습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영혼을 깊이 이해하게 해준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6 25일 오후 6 30(프랑스 현지 시간 기준) 파리 기메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다.

 
*황석영 소설가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소감

존경하는 기메 국립 박물관장님,

주 프랑스 한국대사님,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장님,

내외귀빈 여러분,

 

국립기메박물관이 수여하는 기메 아시아 문학상이 제 소설 『해질 무렵』에 수여된 것은 제게 정말 큰 영광이고 기쁨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시아의 애호자였던 에밀 기메가 설립한 아시아 문화, 예술과 서구세계의 특별한 만남의 장인 기메 박물관에서 제정한 상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또 프랑스의 기관이 수여하는 상이라 제게는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제 마음 속에 특별한 나라로 자리하고 있고, 저는 과거에 파리에 체류하면서 바리데기를 썼고 또 아주 좋은 프랑스 친구들이 있습니다. 제 작품들을 가장 잘 맞이해 준 곳도 프랑스입니다.

그래서 프랑스어 번역본을 읽은 후에 다른 나라 출판사에서 출판을 결정하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제 가장 최근의 소설에 이 상을 수여함으로써 프랑스는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앙양이라는 세계화의 물결에 맞서는 자국의 문화정책을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은 문화와 언어적으로 고립된 한국에서도 지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지식인과 예술인들이 한국의 작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선들이 한국 내에서도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는 점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수상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 작가, 출판인들이 저와 더불어 영광스럽게 생각하리라 믿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의 여러 일정들로 인해 제가 수상식에 직접 감사와 우정 어린 말씀을 전하지 못하는 것을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수상이 기쁜 또 하나의 이유는 오늘 우리가 특별한 정치적, 역사적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75세로 전쟁상태의 국가에서 일생을 보냈습니다. 75년간이나 전쟁상태인 것입니다! 말 그대로 전쟁, "한국전" 또는 "냉전"속에 살아온 것입니다. 제 세대의 많은 다른 분들처럼 저는 정말 투쟁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독재와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항해 투쟁하고 망명과 투옥생활을 겪었고 민주주의를 위해 오래 투쟁하며 그것이 도달하기 어려운 이상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지난겨울 촛불시위와 문재인 대통령의 선출, 동계 올림픽 때 남한과 북한이 함께 입장하고,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월 12일 싱가포르 조미 회담을 지켜보며 제게 그렇게 소중하던 바램들이 실현이 되어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 대학의 학생들은 북쪽의 학생들과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오늘날 현실이 되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드디어 세상이 이성을 되찾은 듯합니다. 현재 상황에 너무 도취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제 작품 속에 반영해 온 한국민이 오랫동안 겪은 고통의 긴 역사 끝의 성취입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작가입니다. 기자들이 제게 정치에 관한 질문들을 많이 하고 이 상황, 전쟁이 급박한지, 통일이 곧 가능할지 등에 대해 묻습니다. 저는 굳이 답을 피하지 않았고 언론에 제 생각과 분석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자주 제가 작가이며 정치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시켰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저의 작품과 동료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저는 작가이며, 투쟁 중인 참여작가입니다. 제 투쟁은 펜을 통한 투쟁이었습니다. 물론 제 펜으로 성명문 등을 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단편과 소설을 쓰는데 사용하였습니다. 제 삶에서 가장 불행했던 시기는 제가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던 기간이었습니다. 만주에서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제 지난한 삶에 대해 자세하게 제 자서전인 『수인』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작년에 한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내년에 프랑스어 번역본이 나올 예정입니다.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비판정신을 가진, 깨어있는 의식이며 그래야만 합니다.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성취되었다고 가정하면, 저는 그렇다고 믿고 싶은데, 그렇다고 작가들이 이제 공공의 공간에서 물러나 감정의 동요나 부유한 자들의 삶의 매력에 대해 적으며 삶을 보낸다는 것을 절대로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가난하고 불공정하며 악질적인 행위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소설가들에게 주제가 고갈되거나 투쟁거리가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여러 문제점들을 나열하는 자리가 아닌 줄 알지만, 유쾌하고 역동적인 K-Pop의 나라는 OECD 통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젊은이들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작가가 무관심 할 수 없습니다. 저같이 기성세대의 나이가 든 사람으로서는 젊은 작가들, 특히 많은 여성작가들이 한국과 세계의 독자들에게 우리 현대사회의 행복과 불행을 읽게 하는 역할을 이제 이어받은 것이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오늘 수상하게 된 이 작품의 주제에 관해 쓰는 과정에서 저 자신도 교훈을 얻었습니다. 무엇에 대한 소설인지 살펴보지요. 만년에 이른 한 건축가가 삶의 결산을 시도합니다. 수많은 건축 사업에 참여하여 저명해지고 부유해지고 부족함이 없는 삶을 영위합니다. 한국의 많은 도시 곳곳에서 보이는 예상하기 어렵게 솟아있는, 높은 현대식 건물들을 구축하며 도시의 정경을 정비하는데 열정을 받쳤습니다.

대규모의 다용도 상업시설물들을 구상했습니다. 성실하고 양심 있는 건축가로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 투자자, 정부부처와 긴밀한 협력을 해왔습니다. 역사의 진행방향, 현대성, 만인을 위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여자친구가 문득 과거를 돌아볼 것을 권유합니다. 건축가 자신도 가난한 동네에서 어려운 삶을 살았었고 바로 그 지역들은 부동산 개발자들이 거대한 철근 시멘트의 숲을 구축하기 위해 밀어버리고 쫓아낸, 따듯하고 살기위해 애를 쓰던 사람들이 있었던 곳입니다. 직업적으로 성공한 모델인 건축가는 헐벗은 자들에게 그리고 환경에 가한 폭력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이 흉하게 변화시킨 과거에 대한 추억들은 그가 이룩한 사회적 출세에 대해 대칭되는 부주제처럼 등장하고 또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주인공들, 특히 연극인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건강을 해치며 야간에는 편의점에서 노동을 하는 젊은 여성 화자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저는 이 소설에서 계층을 단순히 대비시키는 그런 구조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에 대한 생각은 수년 전에 본 전태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왔습니다.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 항의는 대부분 알려진 사실들이었지만, 함께 편집된 옛날 필름 속에 흘러가는 평화시장 주변 거리와 사람들의 행색은 그 시대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제작자가 용케 당시의 평화시장에서 전태일을 고용했던 사장을 찾아내어 등장시켰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와이셔츠 바람으로 평범한 아파트의 소파에 앉아 말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어려웠다고. 그때 재봉틀 몇 대 가지고 시작했다고." 기자가 전태일의 죽음에 대한 당시의 소감을 묻자 그는 잠깐 고개를 숙였습니다. 노인이 얼굴을 드는데 카메라가 그의 눈가에 번진 물기를 잡아냈습니다. 그들의 형편을 잘 몰랐다고, 그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잘해줄 걸 그랬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것은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가 도달한 현재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는 아마도 평생을 잊지 않고 있었을 것이며 그것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깊은 회한이었을 것입니다.

지난 세대의 과거는 업보가 되어 젊은 세대의 현재를 이루었습니다.

나이가 망각이나 평정을 가져온다기보다 단지 주변을 더 침착하고 신중하고 깊이 있게 볼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바로 내 정면에 그의 반백의 머리카락과 휑한 정수리가 보인다. 그의 구부러진 어깨 때문에 양복의 등판이 봉긋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나이든 남자의 등은 언제나 좀 쓸쓸해 보인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잊었다는 듯이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하며 앉아 있었다. 그는 과거를 향해 앉아 있었고, 그의 과거는 나의 현재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소설 속의 나이 먹은 건축가를 만나러 간, 젊은 여성 화자는 적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노신사를 보면서 독자들은 과거를 회상하는 저를 대입시켜 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는 또 현재를 향해 있습니다. 제가 한국의 근대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철도에 종사한 철도원 삼대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저는 가까운 미래에 세계의 많은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을 싣고 출발하게 될 "평화의 열차"라는 원대한 계획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의 책무(아니면 제가 기꺼이 책임져야 할 제 업보)는 이제 다시 한 번 기메 국립 박물관의 소피 마카리우 관장님께, 그리고 제 소설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들께, 그리고 와주신 여러분들께, 독자들에게, 그리고 작품을 프랑스어로 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저의 번역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황석영

2018, 6 25, 서울에서

 

*첨부 : 1.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이미지

          2. 불역 『해질 무렵 Au soleil couchant』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