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및 공지사항

2016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6.07.20|조회 : 6522


2016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1. 수혜자
부문 성명 작품명
김종연  「첫 번째 종교」 외 49편
이지호  「흰 고래가 살고 있었다」 외 49편
한인준  「종언」 외 49편
소설 이승은  「소파」 외 7편
진연주  「떠도는 음악들」 외 6편
희곡 이오진  「가족 오락관」 외 3편
평론 양경언  「없는 입을 옹호할 권리」 외 37편
아동문학 이준식   동시 「나를 어떻게 보고」 외 53편
최상희   동화 「방주」 외 7편

 
2. 심사위원
- 시 : 김기택(시인, 경희사이버대 교수), 이지엽(시조시인, 경기대 교수), 정끝별(시인, 평론가, 이화여대 교수)
- 소설 : 은희경(소설가), 이순원(소설가), 이승우(소설가,조선대교수)
- 희곡 : 박상현(극작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최치언(시인, 소설가, 극작가, 연출가)
- 평론 : 신수정(평론가, 명지대 교수), 유성호(평론가, 한양대 교수)
- 아동문학 : 김서정(아동문학평론가, 동화작가, 중앙대 교수), 이안(동시작가), 황선미(동화작가)
 
3. 심사평

예년보다 응모작품 수가 많았기에 더욱 깊고 새롭고 다양한 젊은 우리 시의 음역과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심사였다. 1차 심사를 거쳐 세 심사위원이 각각 세 분씩 추천한 아홉 분의 작품들이 2차 심사의 대상이었다. 아홉 분의 작품들을 모두 정독한 후 ‘작품성을 최우선’으로 ‘역량 있는 신진 발굴과 양성’에 부합하고 우리 시 첨단의 스펙트럼을 수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첫 번째 종교」 외 49편', '「흰 고래가 살고 있었다」 외 49편', '「종언」 외 49편' 세 분을 최종 선정하였다. 세 분 모두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우리 시의 젊고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믿음직스러웠다.

'「종언」 외 49편'의 경우, 언어운용과 발화가 자유로웠고 시를 포착하고 표현해내는 감각 또한 날카롭고 새로웠다. 시적 완성도와 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가뿐히 잡고 있다. '「첫 번째 종교」 외 49편'은 산문적 활달함과 자유로움이 장기였다. 종횡무진하는 시의 보폭에서 분출하는 시적 에너지를 높이 평가하였다. '「흰 고래가 살고 있었다」 외 49편'은 일상과 서정을 갈무리하는 섬세한 시선과 시적 촉수에 호감이 갔다. 이미지와 비유와 서사를 엮어내는 안정감 있는 호흡과 시적 응집력을 높이 평가했다.

아쉽게 선정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으나 '「옆은 자꾸 옆을 가지려고 하지」 외 54편'과 '「이브」 외 49편'도 논의의 대상이었음을 밝혀둔다. 전자는 서정시의 전범과도 같이 잘 빚어내는 시의 품세가, 후자는 화려하면서도 비어있고 설명적이면서도 모호한 언어감각이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오래 붙잡았다. 시조 부분에서 지원대상자를 내지 못했다. '「푸른, 1g의 그늘」 외 63편', 「삭금(朔禽)」 외 74편'이 최종까지 논의의 대상이었다. 전자는 일상화된 현실 속에서 현대시조의 대중적 감각화가, 후자는 깊이 있는 시적 통찰과 개성적인 시어 구사가 강점이었다. 시조로서만 가능한 촌철살인의 진경을 기대하며 아쉬운 마음을 전한다.

선정 유무과 무관하게 여기에 언급된 시인들은 모두 명실상부하게 우리 시단을 이끌어갈 주역들임에 틀림없다. 불도저와도 같은 견인차 역할을 기대한다.
 

소설
세 명의 심사위원들은 최종심에서 '「첫사랑」 외 5편', '「벽」 외 6편', '「떠도는 음악들」 외 6편', '『산촌농담』', '「소파」 외 7편' 등 총 다섯 편을 두고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다.

먼저 유일한 장편인 『산촌농담』이 호감을 샀다. 욕망의 서사를 풀어가는 입심이 거침이 없다. 문맥이 정돈돼 있고 구성 또한 매끄럽다. 다만 심사대상에 오른 다른 단편소설의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한 느낌이었다. '「벽」 외 6편'의 작가는 개성적 세계를 갖고 있다. 흥미롭고 기이한 설정을 통해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담담하게 흘려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그러나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다소 제한돼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첫사랑」 외 5편'은 문제의식이 뚜렷하고 흐름이 정연하며 군더더기 없는 짜임새를 보인다. 작은 균열을 통해 세계를 해석해 내려는 서사의 확장이 인상적이다. 읽기에 따라서는 그것이 모색의 포즈로 보여질 여지도 있는 듯하다. 즐거운 독서를 하게 해준 세 작가에게 진심을 담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지원작으로 뽑은 것은 '「떠도는 음악들」 외 6편'과 '「소파」 외 7편'이다.
'「떠도는 음악들」 외 6편'은 정제되고 까다로운 문장 속에 독특한 사유를 담았다. 나른함과 각성, 혼란과 순정함이 교차되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들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소파」 외 7편'은 정련되고 깐깐하다. 절제된 이야기, 효과적인 포착, 탄력있는 대화를 통해 극적 긴장을 만들어내고 신경증적인 파국을 차갑게 벼려낸다. 두 작가에게 축하를 보낸다.
 

희곡
이번 심사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고민 속에 이루어 졌다. 무엇보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다는 설렘과 긴장의 시간을 통해 심사하는 자도 글 ‘쓰기’의 원론으로 돌아가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새삼 고민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올해 장막희곡 2편 이상을 응모한 신진 작가 수는 총 14명이다. 그중 예심을 통과하여 최종심에서 거론된 작품은 '「가족 오락관」 외 3편', '「안개가 걷히면」 외 2편', '「택배 왔어요」 외 2편', '「프로젝트 빅라이프」 외 3편'이다.

먼저, 일가족이 그들에게 불행을 안겨 준 주변인들을 찾아 살해한다는 블랙 코미디적 내용을 다룬 '「가족 오락관」 외 3편'은 각 작품마다 희곡 쓰기의 고른 기량과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소재에 대한 주제의식 또한 무난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고른 기량과 안정성, 무난한 주제의식은 자기 복제성과 작위성, 구태의연함에 쉽게 경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안개가 걷히면」 외 2편'은 특이한 상상력의 폭에 비해 언어가 매끄럽지 못하고 주제 의식과 연극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아버지의 시간」은 시간 ‘되돌리기’의 발상이 주제를 강화시키는 기능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택배 왔어요」 외 2편'은 발상과 구성이 돋보였다. 그러나 극중 상황의 작위성과 익숙한 문제의식이 지적 되었으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의 경우는 ‘공리주의적 정의’를 묻고 있으나, 작가가 주제와의 승부를 끝냈는지 의문으로 남는다. 또한 「분노 하세요!」는 TV프로그램 오디션 제도를 패러디한 연극성이 돋보였지만 장면 마다 동어반복적인 상황 설정과 불필요한 잔 대사들이 극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어, 아쉬웠다.
'「프로젝트 빅라이프」 외 3편'은 탁월한 ‘문학적’ 언어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문학적’ 언어들이 과도하게 유희성을 띠면서 소통이라는 ‘희곡적’ 언어가 되지 못한 점과 작가의 연극성과 연극적 구조가 독자와 관객을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무대화를 고려한 전략적인 언어 쓰기를 부탁하며, 앞으로를 기대해 본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작품들을 놓고 최종 논의 끝에 작품의 안정성, 작가의 활동성, 미래성 등을 고려해 '「가족 오락관」 외 3편'을 선정하였다.
아울러 본 창작기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유사한 성격의 기금이나 희곡상을 수상한 작품은 검증 끝에 최종에서 제외하였다.

끝으로 연극이 사회나 집단의 정신을 표현하는 시대정신이라면, 희곡은 개인의 정신을 표현하는 작가정신의 산물이다. 작가정신(희곡)과 시대정신(연극)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성숙한 고민과 성찰이 오늘의 신진 극작가들에게 절실히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평론
2016년 대산창작기금 평론 부문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심사위원들은 두 번에 걸쳐 이 응모작을 나누어 읽은 뒤 우리 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는 다양한 비평적 시도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얼리즘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와 재현의 위기에 대한 진단, 그리고 문학의 윤리에 대한 규명 및 그를 통한 문학의 자리에 대한 질문 등 이 시도들은 기본적으로 지금 이곳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빚어져 그것과 공명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엇보다도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라고 할 만한 몇몇 사건들의 핵심을 이해하고 그것을 문학의 장 속으로 끌어오고자 하는 노력들이 눈에 띄었다. 때로는 문학과 정치라는 개념으로, 때로는 문학의 윤리라는 요청으로 제기되는 이러한 의지들은 비평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이 가운데 올해의 지원작으로 󰡔없는 입을 옹호할 권리󰡕를 선택하였다. 이 결정의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함께 논의된 다른 작품을 옆에 나란히 놓고 심사위원들은 긴 시간 동안 대산창작기금의 취지와 의의 및 이제까지의 성과 등에 대해서 깊은 숙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지원작과 경합한 다른 응모작 역시 비평적 균형 감각이나 넓은 시야, 대상 텍스트에 대한 학구적 태도와 서술의 노련미 등 나무랄 데 없는 비평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기금이 수십 년 동안 신진문학인의 성취를 격려하고 고무하는 데 소요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현재까지도 중요한 활동을 견지하는 많은 중견 평론가를 양산해내는 밑거름이 되어왔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두 응모작 가운데 상대적으로 등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진 평론가의 첫 평론집을 지원 대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이 결정이 이 기금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되기를 바란다.

󰡔없는 입을 옹호할 권리󰡕는 등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진 평론가가 2000년대 이후의 작품들을 주요 대상으로 우리 사회의 뜨거운 현장과 문학이 만나는 장면을 포착하고자 하는 치열함이 돋보이는 평론집이다. 표제작으로 인용되고 있는 ‘없는 입’에 대한 옹호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평론집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소수자를 대변하는 자리에 자신의 문학을 내려놓는다. 비평을 한다는 것은 없는 입이 만들어내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대한 발화라는 이 평론집의 뜨거운 의제가 우리 문학의 정치성을 한 단계 고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비평의 윤리에 대한 숙고와 사회적 의제에 대한 도발적 문제 제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정진을 부탁드린다.


아동문학
동시가 어른 시와 다른 점은, 아이들도 보고 재미있어 할 수 있는 시라는 점일 것이다. ‘이 모든 것에 싫증나 나 죽음을 희구하노라/재덕(才德)이 걸인(乞人)으로 태어난 것을 보고,/공허가 화려하게 성장한 것을 보고,/순진한 신의는 불행히 기만당한 것을 보고’ 같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아무리 훌륭한 시라도, 동시의 반열에 흔쾌히 올리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아이들이 시를 재미있어 하는 데에는 잘 다듬어진 시적 언어, 강력하거나 신선한 이미지 등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안에 들어 있는 자신들의 삶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자기 심정을 알아주고 대신 말해주는 시, 미처 모르던 자신을 깨닫게 해주는 시, 주변을 둘러보고 시야를 넓게 해주는 시. 이번 당선작 '「나를 어떻게 보고」 외 53편'은 그런 시들이 많다. 일등하면 좀 편하게 살 줄 알았는데 언제까지나 일등할 거라고 믿는 엄마 때문에 ‘걱정만 늘었다’는 아이. 학교에 손님 온다고 공부시간에도 구석구석 청소를 하지만 정작 그 손님 오 년 동안 한 번도 못 보았다는 아이... 교육현장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시원하다. 그러면서도 그 날카로운 시선이, 버스 안에 서 있는 할머니를 외면하는 남을 비판하면서 막상 자는 척하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네 살배기 동생이 인사하는 법, 쭈그리고 앉아 아이 운동화 끈을 묶어주는 선생님의 모습처럼 정겨운 장면에서는 미소가 떠오른다. 구제역으로 안락사 당하는 엄마 소와 송아지에 대한 진술은 그 담담함 때문에 오히려 눈물이 솟는다.

이렇게 ‘생활의 발견’이 돋보인 이 작품집에서 아쉬운 점은, 각축을 벌인 '「나, 자벌레!」 외 51편', '「밤의 망아지를 그려 봐」 외 49편', '「어떤 것」 외 57편' 등 다른 후보작들의 강점인 ‘언어의 발견’이었다. 오랜 시간의 토론 끝에 결정된 「나를 어떻게 보고」 이후로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언어구사를 넘어서 시적으로 빛나는 지점들이 더 많은 작품들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동화 부문에서 「방주」를 포함한 여덟 편의 단편 모음 응모작을 낙점하는 데에 심사위원들의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다른 응모작에 비해 월등히 두툼한 원고를 집어들 때부터 ‘뭔가 들어 있을 것 같다’는 짐작을 해버렸는데 다행스럽게도 당연히 편견이었을 이 짐작을 배반하지 않는 수준의 작품이라 흡족했고 작가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간 청소년기를 대상으로 한 작품에서 누적된 피로감이 이 작품을 통해 다소 걷히는 듯했다는 게 첫 감상이다.
 
사실 이 작품은 언뜻 평범해 보인다. 전체적으로 여성의 숨결이 느껴지고 거시적인 사건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작법이 새롭거나 낯선 세계를 구현한 것도 아니고 위태로운 무엇을 위해 위악적인 시도를 한 대목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독자를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코를 빠뜨리지 않는 직조의 기술. 무심하게 내뱉는 듯한 진술에도 작가의 스토리 진행 의도가 분명하고 여덟 편 하나하나가 마무리될 때마다 온전한 그릇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작품이 고른 수준으로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표현되었다는 건 이 작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선명한 인식일 수도 있고 ‘글쓰기’를 제대로 즐기는 자신감의 증명일 수도 있다.
 
작품 전면에서 고독이 감지된다. 관계도가 무색할 만큼 인물들이 알알이 겉도는 까닭은 어쩌면 작가로부터 연유된 정서일 터, 이것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이 될지. 다양한 독자층 형성에 대한 의문. 그러나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 나가는 진행이 개성적이고 내밀하여 사춘기 아동 혹은 청소년기의 독자들에게 토론보다는 매우 사적인 사고의 시간을 갖게 할 것 같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결론에서 유쾌하게 벗어나버린 엔딩이 흥미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어두운 밤거리에 스산한 골목에 모두를 서성거리게 만드는 묘한 이 작품의 감성이 늘 바쁘고 제 목소리보다 크게 자신을 드러내고자 애쓰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 닿기를 바랄 따름이다. 문학의 이 코드 하나가 누군가의 내면에 의미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