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아버지, 그리운 당신』발간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9.11.25|조회 : 12505


 

아버지, 그리운 당신

 

곽효환, 최동호 엮음 / 문학(산문 분야) / 변형신국판(반양장본) / 값11,000원 /

서정시학 발행(서정시학 산문선 1) / isbn 978-89-92362-72-6 / 288쪽

 

▶ 황동규 조정래 신달자 정호승 공지영 한강 김애란 등 주요 문인들이 그린 우리시대 아버지의 무게와 울림 담아

김광섭, 박태원 등 위대한 근대문인들의 인간적인 아버지 모습도

▶ 크고 가까운 존재 같지만 아득하게 부재하는 그리운 우리시대 아버지의 다양한 초상 조명

 

크고 위대해 보이는 가까운 존재 같지만 실제로는 아득하게 부재하는 그리운 존재인 우리시대 아버지의 다양한 초상을 담은 산문집 『아버지, 그리운 당신』이 출간되었다. 서정시학 산문선으로 출간된 이 책은 시인 황동규 마종기 신달자 신대철 최동호 정호승 김정란 이승하 장철문 곽효환 성기완 이향지, 소설가 조정래 박범신 이인성 서하진 공지영 공선옥 정지아 김애란, 평론가 이숭원 등 우리 문학계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아버지’라는 보통명사가 갖는 무게와 울림 그리고 그 안에 함축하고 있는 수많은 삶의 시간성과 역사성을 각자의 기억을 더듬어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아울러 「성북동 비둘기」의 시인 김광섭, 『천변풍경』의 작가 구보 박태원을 비롯한 시인 김달진 신석정 유치환, 소설가 유진오 이효석 김내성 정한숙, 평론가 이헌구 백철 김환태, 수필가 김소운 등 우리 근대문학을 빛낸 문인들의 가정에서 아버지로서의 인간적인 모습을 자녀들이 가감 없이 증언하고 있다.

이 책 『아버지, 그리운 당신』에서 수록하고 있는 아버지 36인의 초상이 보여주고 있는 ‘아버지’라는 의미와 자리는 실로 다양하고 폭이 넓어 우리시대 아버지의 그것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시대의 격변에 맞서 응전하거나 부재한 존재로서, 치열하게 일가를 이룬 장인에서부터 평범하지만 열심히 산, 혹은 무능하거나 도태된 평범한 장삼이사에 이르기까지 우리시대 아버지의 다양한 모습들을 뛰어난 이야기꾼이자 증인이라 할 대표적인 소설가와 시인들이 섬세한 필체로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아버지의 성취가 있고 없음을 가늠하는 것이 아닌 ‘각각인 동시에 우리의 아버지’를 다시금 혹은 새롭게 돌아보고 온전한 아버지의 자리를 생각하고 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희생과 헌신 등 모성성으로 신화화 되어온 어머니, 그 다른 한편의 축인 비어있는 ‘아버지’의 자리를 매김.

수많은 격변을 가장 먼저, 온몸으로 받으면서 우리 사회와 가족을 지탱해온 격변과 격랑 그 자체인 ‘아버지’를 찾다.

 

『아버지, 그리운 당신』은 단순한 산문집이라기보다는 개인과 사회의 기본적인 삶의 발원지이자 한 사회 구성체의 기본단위로서의 가족, 그 중에서도 가장 크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진솔하고 새로운 관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근 100만부를 돌파한 신경숙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사회에서 ‘어머니’라는 존재가 끊임없이 가족서사의 중심에서 주목받으며 헌신과 희생, 치유와 안식 그리고 사랑과 숭고 등의 모성성 부각과 함께 신화화 되어왔다면 다른 한편의 축인 ‘아버지’라는 존재는 그렇지 못하다. 근대화 이후 수많은 격변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온몸으로 받으면서 우리 사회와 가족을 지탱해온 격변과 격랑의 존재 그 자체인 아버지의 자리는 없거나 그림자만 드리운 채 아직 관심 밖에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가족은 인류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작은 사회단위로써 한 사회공동체를 구성하는 핵심이며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두 존재가 중심축을 이룬다. 사회학적으로는 개인이 이웃을 넘어 사회로 확장하는 시발점이고 동시에 한 사회의 근원적인 회귀처라고 할 가족은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과 역사성, 변화와 갈등, 화해와 통합을 담는 공통의 그릇이기도 하다. 따라서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발원지이자 용광로가 되고 한 시대와 사회의 반영물인 문학의 중심서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 『아버지, 그리운 당신』은 이러한 가족의 중심축이지만 비어있고 희미한 ‘아버지’를 주목하고 새롭고 다양한 시선으로 그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계간 문학교양지 <대산문화>에서 연재되고 있는 ‘나의 아버지’의 원고를 중심으로 우리시대의 아버지 36인의 생애와 삶을 총 3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1부는 ‘황순원-황동규’ ‘조종현-조정래’ ‘마해송-마종기’ ‘한승원-한강’처럼 아버지와 자녀(며느리 포함) 모두가 문학인인 8편의 글을, 2부는 이산 김광섭, 청마 유치환, 구보 박태원, 이효석 등 우리 근대문학에 큰 족적을 남긴 문학인 13인의 아버지로서의 인간적인 모습을 자녀들이 쓴 글을 싣고 있다. 3부는 현재 우리 문학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달자 박범신 신대철 최동호 정호승 김정란 이인성 서하진 이승하 공지영 공선옥 정지아 장철문 곽효환 김애란 등 중진부터 소장에 이르는 시인, 소설가 15인이 각각 아버지의 다양한 자리를 살피는 글들로 되어 있다.

 

 

■ 주요내용 소개

▶시인 황동규 - 아버지 소설가 황순원

아버님은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자상한 아버지셨다. 회현동에 살 때 도둑이 심해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처음으로 자랑스럽게 해 입은 양복과 당시 내 음악의 원천이어서 그야말로 애지중지했던 제니스 라디오까지 도둑맞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수리 관계로 부모님과 동생들이 이층에서 자고 나 혼자 아래층에서 잔 일이 있었다. 잠자다가 깨어보니 머리맡에 인기척이 확실히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놀라 소리를 질렀더니 아버님이 이층에서 소리 지르시며 내려오시면서 방 유리를 깨셨다. 아버님이 내려오셨을 때는 이미 앞문이 열린 채 도둑은 도주한 뒤였고 아버님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내가 무엇이든 또 앞으로 무엇이 되든, 아버님에게서 받은 것이 많은 것은 틀림없다. 지금 눈을 들어 책장을 보니 책 정리를 잘 안 하는 습관도 그대로 물려받아 내가 더 불려놓았다. 그런데 마음에 주로 떠오르는 아버님의 모습이 시간적으로 가까운 만년의 모습보다는 지금 내 나이보다 훨씬 더 젊은 한창 때 모습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황동규 <아버지 -소설가 황순원> 중에서

 

▶소설가 조정래와 아버지 시조시인 조종현

우리의 독립운동사에 ‘만당(卍黨)’이라는 비밀독립운동 단체가 기록되어 있다. 그건 만해 선생을 총재로 해서 승려 3백여 명이 뭉친 조직체였다. 아버지는 거기의 재무위원이었다.

고은 선생이 쓴 『한용운 평전』에는 심우장을 찾아든 제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 조종현을 적고 있다. 그리고, 만해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요주의 인물들에 대한 공개 장례식을 엄금하는 총독부령에 따라 부고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만해 선생의 장례를 치른 사람은 열서넛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의 이름 속에 조종현이 들어 있다.(중략)

절에서 태어났다는 나의 약력을 보고 많은 독자들이 의아해 하고 궁금해 한다. 그건 아버지가 땡초였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서 종교마저도 황국화했다. 승려들을 일본식으로 결혼을 시켜 대처승으로 만든 것이다. 아버지는 그 포망에 걸려 스물여덟 나이에 선암사에서 결혼식을 올린 최초의 승려가 되어야 했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고, 일본의 은혜에 감사하듯 『아리랑』을 썼다. 인생살이는 이렇듯 얄궂고, 미묘하다.

조정래 <두 가지 화두 -시조시인 조정현> 중에서

 

▶ 「성북동 비둘기」이산 김광섭의 뇌출혈

그날 밤부터 작은 숙부님이 아버지께 그 이름 모를 한약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나는 병실 입구에서 속칭 ‘망’이라는 것을 보았다. 의사가 회진을 한다든지 간호사가 들어올라치면 조금 시간을 벌면서 한약을 감추곤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창문으로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왔다. 한약병은 거의 비워있었고 작은 숙부님과 나는 탈진상태에 이르렀다.

그 이름 모를 한약의 효과였을까? 아버지의 얼굴에 점차로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나는 긴급하게 의사를 불렀다. 기적적으로 병세가 호전되고 있었다. 계속 낮았던 혈압이 점차로 상승했고 긴장이 풀리면서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중략)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던 중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펜을 든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비해 기력은 좀 떨어져 보였지만 단아하게 앉아서 원고지 앞에 펜을 든 아버지의 모습은 그 어떤 때보다 활기에 차 있었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 당시에 집필한 시작품이 아버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성북동 비둘기」이다.

김금옥 <아버지의 뇌출혈과 「성북동 비둘기」-시인 김광섭> 중에서

 

▶청마 유치환의 사랑이야기

그 후 어머니는 부산의 한 부둣가에서 할아버지가 어떤 여인과 작별 인사를 하는 자리에 함께 했고, 저 멀리 길 모퉁이에서 할머니가 숨어 지켜보는 것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할머니가 갑자기 낳아온 그 아들은-이름은 ‘향’이었다-만주 시절 성홍열을 앓다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애통한 심정은 할아버지의 「6년 후」라는 시에 그대로 녹아있다.

한참 세월이 흐른 후 할머니는 장성한 딸에게 이 모든 사실을 실토했다. 그 여인이 누구였으며 남편에게 딸의 손을 잡혀서 그 여인을 계속 만나게 했는지, 그리고 죽은 아들이 실은 그 여인의 아들이었다는 사실, 부산 부둣가에서 마지막 이별을 허락했을 때 행여 작별이 아닌 도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 숨어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 등등을…….

김기성 <청마의 사랑이야기 “사랑하는 것은 사랑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시인 유치환>중에서

 

▶『천변풍경』의 구보 박태원이 만든 천자문

부친께서는 내가 세상에 나오자, 손수 한지를 접고 붉은 당사실로 꿰매, 한 권의 서책을 지으시니, 그게 바로 내가 말하려는 우리 집 가보 같은 『천자문』입니다. 겉장을 강낭콩 꽃보다 더 푸른 남빛 비단으로 덧씌운 가로 28, 세로 36 센티미터에 큼직하고 두툼한 것, 겉장을 넘기면 첫 혈에 정성들여 내리쓰신 ‘千字文(천자문)’이란 제호 아래, ‘紀念 一英 初朞日 書’(아들 일영의 첫돌을 기념하여 쓰노라)라 하고, 행을 갈아 하늘 天(천)자를, 그 밑에 ‘하날텬’이라 시작하신 책자이다. 그로부터 따 地(지)가 나오며 ‘따디’ 했는데, 어머니 생전에 확인을 한 바는 없지만, 정녕 모친께서 둘째 칸을 메우셨을 테고, 그 다음 구백 아흔 여덟 자를 서울 장안을 돌며(?) 한 자씩 받아 일천 자(千字)를 채우신 그 정성에 이르러 책을 덮으니, 일일이 부친께서 몸소 그 모두를 받으러 다니진 않았다 하더라도, 그 뜻은, 아마도 이렇게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평생을 마치게 되리라는 걸 이미 그 때 아시어 그러한 정성을 쏟지 않으셨나 하는 생각도 나게 만듭니다

박일영 <장남을 위해 만든 천 명이 한 자씩 쓴 ‘천자문’ -소설가 박태원>

중에서

 

▶시인 신달자의 동네 제일부자이자 완벽한 남자였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사무실에는 늘 큰 자물쇠가 걸린 서랍이 있었다. 내게 가장 궁금증을 일으키는 아버지의 비밀 공간이었다. 중학교 3학년 졸업반 때였을 것이다. 돈을 타기 위해 아버지 사무실에 들렀을 때 놀랍게도 그 비밀 서랍이 열려있었다. 때마침 아버지가 자리에 계시지 앉았던지라 나는 격렬한 갈등을 느꼈다. 에라하는 심정으로 아버지는 돈이 많으니까 몇 장 가져가야 하나 아니면 양심적으로 돌아가야 하나를 두고 가슴을 쿵쿵거리며 고민을 하다가 나는 결국 그 서랍을 열고 말았다.

나는 놀랐다. 거기엔 돈은 없었다. 그것은 큰 충격이었다. 실망스럽게도 서랍 속에는 공책이 다섯 권 들어 있었다.(중략)

나는 사뭇 실망한 마음으로 공책을 들추어 보았다. 숫자가 씌어 진 것으로 보아 아버지의 일기장이 분명했다.

신달자 <아버지는 지금도 살아 계신다> 중에서

 

▶소설가 서하진의 검찰총장, 안기부장 아버지

우리들의 기억 속 아버지는 언제나 말끔한 양복차림에 운전기사가 여는 문으로 차를 오르내리는, 엄격하고 무섭고 빈틈없는 검사님이었다. 언제 일어나셨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이었고 또한 언제 잠드시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책을 읽거나 지루한 영화를 보시거나 무언가 글을 쓰시거나 아버지처럼 엄해 보이는 남자 손님과 환담 중이시거나…… 어린 우리들이 보기에 아버지가 하시는 일은 그저 모두가 어렵기만 했고 아버지가 집에 계실 때면 우리들은 아버지의 그 어려운 일을 방해할세라 발끝으로 가만가만 걸으며 숨을 죽였다. 외지에 계실 때, 주말이면 집으로 오시는 아버지를 마중하기 위해서 우리는 일찌감치 일과를 마치고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현관으로 들어서면서 아버지는 사열하는 장군처럼 우리를 쭈욱, 일별하시고는 흐음, 헛기침으로 반가움과 안부를 대신하셨다.(중략)

소설을 씁네하는 나를 늘 미심쩍은 눈으로 보시던 아버지는 첫 창작집이 나왔을 때 백 권의 책을 주문하고 사무실에 오는 사람들에게 우리 딸애가 쓴 것, 이라며 나누어주셨다. 두 번째 세 번째의 책 역시 그러하신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오래도록 아버지가 문예지에 실린 내 글까지 찾아 읽으신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아버지로서는 아버지가 설계하지 않은, 아버지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이름을 알리는 자식이 못내 신기하셨던 모양이었다.

서하진 <평생의 긴장, 평생의 예민함>

 

▶소설가 공지영의 외국계 회사를 다닌 중산층 아버지

그리고는 1982년경 급기야 아버지와 나는 말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집에 형사가 찾아와, 내가 학생운동에 관련되어 있고 아마도 그건 “나쁜 남학생들의 꾀임에 빠진 것”이라는 무언의 협박을 하고 간 이후, 아버지는 내게 심하게 간섭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존중받을 수 없었다. 9시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들어와야 했고, 어떤 여행도 외박도 허락하지 않았다. 생전 그런 적이 없었던 일이라서 나는 아버지에게 몹시 분노했다. 아버지와 나는 더 이상 서로를 존중하지 않았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나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그토록 구속으로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더 이상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나 역시 아버지의 감시를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이 늘어갔다. 나 자신이 싫었고 아버지가 몹시 미웠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어야 했고, 그 결단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공지영 <내 인생의 나침반> 중에서

 

▶소설가 김애란의 순정한 시골총각 아버지

아버지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 부모님의 사진을 보면 느낄 수 있다. 30년 전, 아버지는 진심으로 자기 인생을 좋아하는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니 회사 점심시간에 밥도 거르고 엄마를 보러 갔을 것이다. 가슴팍엔 호빵을 넣은 채, 그게 식을까봐 수도곡산 꼭대기까지 종종거리며 달려갔을 것이다. 아버진 호빵엔 손도 안 대고 아내가 먹는 모습만 쳐다봤다. 그러곤 회사로 돌아가며 방문 앞에서 한 번, 부엌문 나서며 한 번, 대문 나가며 한 번 이렇게 세 번 몸을 돌려 엄마를 바라봤단다. 아버지에 대해 모르는 게 많지만 어쩐지 나는, 왠지 그 순간만큼은 아버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문 세 개를 통과하는 순간,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 지 아버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하셨겠지만. 작은 우연에서 비롯된 큰 사고라든가, 상처, 삶의 피로에 대해서도 가늠할 수 없으셨겠지만. 나는 부모님의 사랑 이야기를 들을 때 이 '세 개의 문' 대목이 참 좋다. 그렇게 자꾸 돌아보던 젊은 아버지의 얼굴이 정말 좋다. 아버지는 그때도 어머니에게 앞으로 이 마음 변치 않을 거라고, 믿어달라고 했단다. 나는 그 말이 진심이었다는 걸 안다.

김애란 <나의 기원, 그의 연애> 중에서

 

 

■차례

1부

아버지 -소설가 황순원 / 황동규●17

아버지의 박꽃을 그리며 -아동문학가 마해송 / 마종기●32

두 가지 화두 -시조시인 조정현 / 조정래●39

「반달」과 함께 영원히 살아 있을 -아동문학가 윤극영 / 이향지●45

만득(晩得)의 외아들보다 사랑한 시조 -시조시인 이태극 / 이숭원●52

극단의 실험정신을 물려준 아버지 -시인 성찬경 / 성기완●60

아버지가 지금, 책상 앞에 앉아 계신다 -소설가 한승원 / 한강●68

그림자조차 없는 무의 존재가 남긴 그늘 -소설가 이무영 / 이미림●77

 

 

2부

아버지의 뇌출혈과 「성북동 비둘기」-시인 김광섭 / 김금옥●87

외로움을 벗삼아 -문학평론가 이헌구 / 이재복●95

지극히 평범하고 따뜻한 가장 -소설가 유진오 / 유완●100

성과 속의 경계에서 푸른 침묵으로 살다 -시인 김달진 / 김구슬●105

일생을 한국문학 일본 소개에 바친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친일 반민족 인사(?)’ -시인 김소운 / 김인범 ●112

아내에게 들은 장인 이야기 -시인 신석정 / 최승범●119

꽃과 음악, 영화를 사랑했던 소설가 -소설가 이효석 / 이나미●126

먼 옛 조상과 먼 훗 자손과의 거룩하고 아득한 슬픔 -문학평론가 백철 / 백지혜●132

청마의 사랑이야기 “사랑하는 것은 사랑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시인 유치환 / 김기성●139

웅대하고 치밀한 추리소설, 비논리적이고 어눌한 삶 -소설가 김내성 / 김세헌●146

납부금 내지 않은 졸업생에게 보내온 구주(九州)대학졸업장 -문학평론가 김환태 / 김영진●153

아버님의 추억 -소설가 정한숙 / 정지태●161

장남을 위해 만든 천 명이 한 자씩 쓴 ‘천자문’ -소설가 박태원 / 박일영●171

 

3부

아버지는 지금도 살아 계신다 / 신달자●179

아버님과 스크랩북 / 신대철●188

아, 아버지 / 박범신●197

아버지의 명함 한 장 / 최동호●204

빈 들판에 선 한 그루 고목 / 정호승●210

아버지, 내 순결의 영웅 / 김정란●217

아버지의 유서 / 이인성●225

평생의 긴장, 평생의 예민함 / 서하진●234

시로 쓴 나의 아버지 / 이승하●125

내 인생의 나침반 / 공지영●240

아버님 전상서 / 공선옥●254

거기서 거기, 그 아득한 거리 / 정지아●261

아버지 손도 따뜻했다 / 장철문●267

아버지의 담배 / 곽효환●275

나의 기원, 그의 연애 / 김애란●281

 

 

■글쓴이 프로필

1부

*황동규 / 시인. 서울대 명예교수. 1938년생. 시집 『꽃이 고요』 『미시령 큰바람』 『버클리풍의 사랑노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 진다』 등

*마종기 / 마해송의 장남. 시인. 1939년생. 시집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그 나라 하늘빛』 『이슬의 눈』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등

*조정래 / 소설가. 1943년생. 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유형의 땅』 등

*이향지 / 시인. 1942년생. 시집 『구절리 바람소리』 『내 눈앞의 전선』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에세이 『산아, 산아』 등

*이숭원 / 평론가.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교수. 1955년생, 저서 『백석 시의 심층적 탐구』 『감성의 파문』 『폐허 속의 축복』 『정지용 시의 심층적 탐구』 등

*성기완 / 시인. 인디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 겸 보컬. 1967년생. 시집 『쇼핑 갔다 오십니까?』 『유리 이야기』, 저서 『재즈를 찾아서』 등

*한강 / 소설가. 1970년생, 소설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산문집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등

*이미림 / 이무영의 삼녀. 번역문학가.

2부

*김금옥 / 이산 김광섭의 차녀. 이산문학상 운영위원. 1931년생.

*이재복 / 소천 이헌구 선생의 삼남. 전 동양시멘트 부회장. 전 한국양회공업협회 회장. 1938년생.

*유완 / 유진오의 아들. 연세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1941년생.

*김구슬 / 김달진의 장녀. 협성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1953년생. 저서 『영미시의 인식론적 연구』 등

*김인범 / 김소운의 장남. (주)CMI 고문. 1949년생.

*최승범 / 신석정의 사위. 시인. 전북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 1931년생.

*이나미 / 이효석의 장녀. 도서출판 창미사 발행인. 1932년생.

*백지혜 / 백철의 손녀. 서울대학교 국문과 강사. 1975년생, 저서 『스위트 홈의 기원』 등

*김기성 / 유치환의 외손자. SBS보도국 부국장. 1958년생.

*김세헌 / 김내성의 삼남. KAIST 산업시스템 공학과 교수. 1950년생.

*김영진 / 김환태의 장남. 1937년생.

*정지태 / 정한숙의 아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박일영 / 구보 박태원의 장남. 1939년생.

3부

*신달자 / 시인. 문화예술위원회 위원. 1943년생. 시집 『오래 말하는 사이』 『열애』 『어머니, 그 삐뚤삐뚤한 글씨』 등, 수필집 『백치애인』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등

*신대철 / 시인. 국민대교수. 1945년생. 시집 『무인도를 위하여』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등

*박범신 / 소설가. 명지대 문예창작과교수.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1946년생. 소설 『촐라체』 『고산자』 『더러운 책상』 『흰소가 끄는 수레』등

*최동호 / 시인. 평론가. 고려대 국문과 교수. 1948년생 『황사바람』 『아침책상』 『공놀이 하는 달마』 『불꽃 비단벌레』 『현대시의 정신사』 『디지탈 문화와 생태 시학』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 등

*정호승 / 시인. 1950년생.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포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서울의 예수』 등, 동화 『항아리』 『모닥불』 등

*김정란 / 시인. 상지대 교수. 1953년생. 시집 『그 여자 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보네』 『나는 지금 사랑을 말하고 있다』 『용연향』 등

*이인성 / 소설가. 1953년생. 소설 『낯선 시간 속으로』 『강 어귀에 섬하나』 『한없이 낮은 숨결』 등

*서하진 / 소설가. 1960년생. 소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비밀』 『사랑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 『라벤더 향기』 『책 읽어주는 남자』 등

*이승하 / 시인. 1960년생. 시집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 저서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등

*공지영 / 소설가. 1963년생.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봉순이 언니』 『별들의 들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공선옥 / 소설가. 1964년생. 소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명랑한 밤길』 『유잘가족』 『시절들』 등

*정지아 / 소설가. 1965년생. 소설 『행복』 『빨치산의 딸』 등

*장철문 / 시인. 1966년생. 시집 『바람의 서쪽』 『산벚나무의 저녁』 『무릎 위의 자작나무』, 저서 『진리의 꽃다발 법구경』 등

*곽효환 / 시인.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1967년생, 시집 『인디오여인』, 저서 『한국근대시의 북방의식』 등

*김애란 / 소설가. 1980년생. 소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등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