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순정함, 모어의 순정함,시의 순정함 - 윤동주 시인과의 가상 인터뷰
균형과 조화의 삶을 찾아서 - 행복한 의사를 위한 인문학
특집을 기획하며｜우리 시대 문학 상상력의 코드들 ①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소설 속에는 그것이 산다, 그리고… ②무엇이 우리를 웃프게 하는가- 소설 속 우리 시대 아이러니의 대표 형상들 ③‘혼자’만의 자리 ④탈조선의 어떤 감각,‘싫어서’라니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시 「조용한 일」 중 변용
‘대전발 0시 50분’을 오르내리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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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이어주는 매듭, 님 웨일스와 김산과 이상(李箱)
프리웨이 5번, 워노-원,그리고 캘리포니아 1번 주도(州道)
모범 시인 두보의 모범적이지 않은 한시
- 『두보 오칠언절구』
글 강민호 ㅣ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부교수. 1969년생
저서 『두보배율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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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杜甫, 712-770)는 중국 당나라의 대시인이다. 일찍이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낙방하였고, 안녹산의 난 때 숙종에게 찾아가 좌습유(左拾遺) 벼슬을 하였지만 처세에 서툴러 쫓겨나듯 그만두었다. 그 뒤 가족을 데리고 중국서남지방을 떠돌게 된다. 성도(成都)에서 몇 년간 머물렀는데 거기에서 엄무(嚴武)의 추천으로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 벼슬을 잠시 하였기에 두공부(杜工部)라고도 부른다. 그 후 다시 배를 타고 장강을 내려가 기주(夔州)에서 2년간 머물면서 많은 시를 창작하였고, 삼협을 나서 호남성(湖南省) 일대를 떠돌다가 죽었다. 두보의 시는 사회의 현
실을 잘 반영하여 시사(詩史)라고도 불린다. 여러 시체의 시에 대부분 능했으며 특히 율시의 격률을 완숙하게 구사하였고 고시도 탁월하다. 두보는 중국고전시사에서 집대성적 성취와 창신의 업적을 겸하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성(詩聖)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유독 그의 절구(絶句)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평가가 많으며 부정적인 평가가 역대로 주류를 이루어 왔다.
두보의 절구는 138수인데, 이는 그 이전의 시인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이다. 한시(漢詩)에서 가장 짧은 양식인 4구로 이루어진 절구는 일반적으로 전아한 시어로 함축과 여운을 추구하는 시체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두보의 절구는 굳이 그윽한 운치를 추구하려 하지 않
두보는 절구를 편지 대용으로 짓기도 하며 일상생활과 밀착된 창작 경향을 자주 보인다. 이는 중당(中唐) 이후와 특히 송대(宋代)의 시에 두드러지는 특징인데 두보가 이를 선도하고 있다. 또한 당시 문단을 풍자하며 자신의 시론(詩論)을 전개한 「장난삼아 지은 여섯 절구(戲爲六絶句)」도 매우 개성적인 작품이며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외에 시국을 걱정하고 백성들의 참상을 읊은 작품들이 많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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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고, 거침없이 자신의 감정과 사회의 현실을 노래한 작품들이 많다. 「강가에서 홀로 걸으며 꽃을 찾다(江畔獨步尋花七絶句)」의 제1수를 보자.
江上被花惱不徹, 강가의 꽃 때문에 번뇌가 그치지 않는데
無處告訴只顚狂. 어디 하소연 할 데 없어 다만 미치고 환장하겠네.
走覓南鄰愛酒伴, 술친구를 찾아 남쪽 마을로 달려갔지만
經旬出飮獨空牀. 술 마시러 나간 지 열흘도 넘어 그저 빈 침상뿐이네.
절제되고 우아한 시어로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일반적인 절구 작품들과는 달리 이 시에서는 만발할 꽃을 보고 번뇌를 감당할 수 없어 미쳐 날뛰고 있다. 이처럼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표현에 당시의 독자들도 의아했을 것이다.
두보는 절구를 편지 대용으로 짓기도 하며 일상생활과 밀착된 창작 경향을 자주 보인다.
이는 중당(中唐) 이후와 특히 송대(宋代)의 시에 두드러지는 특징인데 두보가 이를 선도하고 있다. 또한 당시 문단을 풍자하며 자신의 시론(詩論)을 전개한 「장난삼아 지은 여섯 절구(戲爲六絶句)」도 매우 개성적인 작품이며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외에 시국을 걱정하고 백성들의 참상을 읊은 작품들이 많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당대(唐代)의 절구는 요즘으로 치면 대중가요와 가깝기에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그리움과 이별의 정을 노래하거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의 한적한 경지를 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두보의 절구는 그렇지 않았기에 낯설게 느껴졌고 흥행에 실패하기 쉬운 노래였다.
두보의 절구 중에도 역대로 선집에 자주 실리며 널리 애송되는 작품들이 있다. 이러한 시들은 절구 본연의 면모를 추구하면서 두보의 개성이 느껴진다. 두보의 절구 중에 가장 널리애송되는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江南逢李龜年)」를 살펴보자.
岐王宅裏尋常見, 기왕의 저택에서 늘 만났었고
崔九堂前幾度聞. 최구의 집에서 몇 번이나 노래를 들었던가.
正是江南好風景, 정말 이곳 강남은 한창 풍경이 좋은데
落花時節又逢君. 꽃잎 떨어지는 시절에 다시 그대를 만났구려.
이 시는 두보의 생애 마지막 해에 지은 것으로 전후반의 극명한 대비 속에 다양한 함축과 여운이 느껴져 널리 애송되는 작품이다. 전반부는 당시 최고의 명가수 이구년의 전성기이고, 당 왕조의 개원성세(開元盛世)이며, 두보의 꿈에 부풀던 소년 시절의 한 단면이다. 후반부의 ‘낙화시절’은 계절적으로는 봄이 가는 시절이요, 두 사람에게는 인생이 저무는 때이며, 당나라의 국운이 쇠퇴한 시기이다. 이런 때에 초라한 모습으로 ‘다시[又]’ 만나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장면만 제시할 뿐 시인은 말이 없다. 그래서 여운이 끊이지 않는다.
진연(陳衍)은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와 같은 작품들은 두보에게서 있어서 진정 변조이며, 우연히 당시의 체제를 본받았다”고 평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보는 절구의 미학을 제대로 이해를 못했거나 아니면 짧은 시를 잘 지을 줄 몰랐던 것인가? “말이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 죽어도 쉬지 않겠다(語不驚人死不休)”는 창작 정신을 가진 두보에게서 자신만의 새로움이 없는 시 창작은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두보의 다른 양식의 시들은 뒷날 화려하게 재평가 받았지만, 그의 절구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모범적 시인 두보의 모범적이지 않은 듯한 절구는 한시에 보다 자유를 부여하고 그 운용폭을 넓혔다고도 볼 수
있다. 두보의 절구를 통해 두보와 한시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말랑해질 수 있을 것이다.
※ 『두보 오칠언절구』는 재단의 외국문학 번역지원을 받은 필자의 번역으로 대산세계문학총서로 출간될 예정이다.
